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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택트 시대 재택 알바 기록 : 방송 프리뷰
    토끼씨 작업실/알바 일대기 2020. 8. 27. 08:09
    프리뷰란

    쉽게 말하자면 녹취록이다. 방송에 쓰일 영상이나 음성파일을 등장한 이미지 설명이나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일이다. 비슷한 일로는 재판을 기록하는 속기사의 업무나 언론브리핑을 재빨리 받아 적는 기자들의 그 상황들이 아닐까.

    업무 자격으로는

    우선 빠른 타자실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개인컴퓨터도 있어야 하고, 전투적인 타법을 견딜 키보드도 있어야 하고, 기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므로 인내심도...어쩌면 이게 제일 중요...

    방송 작가 업무의 기본과 같은 일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외부 인력을 쓰기도 한다. 단순노동에 가까우니 업무 인수인계도 특별히 필요 없고, 영상 시간당으로 급여를 책정하기 쉬우니 툭툭 떼어서 일거리 나눠주기에 무리가 없는 것.

    돈은 짜게 준다

    Latte is horse, 1시간짜리 영상을 프리뷰하는 데 15,000원이었다. 요즘은 단가가 올랐을 것 같지만, 당연히 올라야 하지만, 영상 스케치(타임코드 적고 영상 속 이미지 설명 정도)는 꿀인 편이고, 패널 토론회의 프리뷰가 걸리면 헬인 게 당연. 그런 영상들은 도의적으로 조금 더 돈을 책정해주지만 그것도 짜다.

    짜다는 근거는

    업무의 강도와, 따져보면 최저시급이 안 나오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걸 들 수 있다. 내 경우, 프리뷰 업무를 한 지 1년 6개월 차 되었을 때 1시간짜리 영상을 2-3시간 소요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럼 시급이 5천 원 정도가 되는 셈인데, 당시에도 최저임금에도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것.

    한 30분 정도 전투적으로 타자를 치다가 손가락 관절 근육이 나갈 것 같아서 정신을 차리면, 문득 영상 파일은 5분밖에 안 지났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차라리 홀서빙 9시간 보고 다리가 퉁퉁 붓는 게 낫겠다 생각이 절로 든다. 그건 시급을 쳐주기라도 하지.

    2020/02/24 - [토끼씨 작업실/알바 일대기] - 수제 맥주집 홀 서빙 알바 기록 : 술 마실……아니 배울 사람 오세요.

     

    수제 맥주집 홀 서빙 알바 기록 : 술 마실……아니 배울 사람 오세요.

    ‘음식, 맥주, 와인 등 배울 사람 오세요’ 알바 공고 사이트에 올라와있던 그 문구가 날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 같았다. 집하고 도보 권이었고, 한옥 펍 인테리어가 분위기 있었고, 항상 ‘처음��

    lilyshome.tistory.com

    일을 구할 수 있는 루트는

    프로그램의 사이트나, 방송작가 톡방이나, 알음알음 이거나, kbs작가 사이트, 가끔은 알바몬이나 천국에서도 본 적이 있고, 요즘엔 유튜브 제작하는 데에 들어가도 프리뷰를 맡을 듯하다.

    아니면 먼저 해당 방송프로그램 제작팀에 프리뷰 하겠다고 메일이나 톡을 보내면 아마 거의 100% 일을 시작하게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 돈도 짜고, 손뼈마디도 아프고, 모니터 보느라 눈도 빠질 거 같고, 대체 뭐라고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제 귀를 수없이 의심하게 되고, 방송 시간 스케줄 따라 마감 빡빡하고...긴급이라며 프리뷰 철야를 부탁하는 급구 글이 늘 있는 곳이다.

    오히려 외주, 프리랜서, 용역 프리뷰 업무가 더 까다로운

    방송의 편집 의도를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원본영상을 받으면, 정말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타자를 친다 전제로 업무를 진행하게 되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참 노동 낭비가 많은 지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보다보면 내용상 맞지 않지만 발음 소리는 비슷하고 맞춤법 오타는 아닌 자막들을 볼 때가 있는데, 배경지식 없거나 방송 의도를 모르고 프리뷰를 했을 경우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요즘처럼, 유튜브 영상에도 의성어 자막까지 다 들어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이면의 프리뷰러들 및 편집자들과 작가들이 얼마나 갈려 들어갔을까 싶어서 눈물이(...).

    재택이란 말에 쉽게 입문하지만, 오래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

    이 드는 업무이다. 1년 6개월이나 프리뷰 업무를 할 수 있었던 건, 당시의 나는 편집도 같이 하는 에디터였기 때문이었다. 편집의 방향을 미리 숙지해둔 입장에선, 프리뷰 단계부터 내용상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타임코드만 적어서 자체 삭제를 하거나, 삭제가 필요 없는 완벽한 파일인 경우(그런 건 1/100의 확률로 있을까 말까지만)엔 프리뷰 낭비 단계를 없애는 자율도 있다.

    하지만 프리뷰어만 하기에는 이 지루함, 손가락 뿌서짐, 발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 등 묵직한 장애물들이 상당한 일이다.

    그래도 할 거라면 단돈 만원이라도 3.3 제세공과금 떼고

    주는, 한마디로 국세청에 프리랜서 비용 제대로 신고하는 업체를 선택해 프리뷰 일거리를 받는 게 낫다. 돈을 떼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프리뷰 알바에 계약서를 썼다는 걸 들은 적도 없으니(방송작가도 계약서를 못 쓰는 판에...), 최대한 톡이나 문자와 이메일로 영상과 프리뷰 결과물을 주고받은 흔적을 남겨서 혹시 모를 후일을 도모하는 수밖에는 없는 듯하다.

    정산 및 입금은 대부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사의 경우, 익월에 이뤄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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