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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이렇게 별일 없이 산다’토끼씨 작업실/그림일기 2020. 4. 11. 22:41
아마도, 코로나19 국면은 장기전이 될 것이다. 이미 여러 사회 지표가 암울하다고,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가리키고 있다. 움직이지 않고 집에 박혀있기를 2주, 또 다시 2주 갱신, 그리고 지금까지 3차로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찬란한 끝을 기대한 만큼 우울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이런 위기일수록 사람들은 방법을 찾는다. 이런 위기이기에 방법을 찾는다.
방구석 파먹기.
생각보다 집에서 할 것이 많았다. 해도 해도 티가 안 난다는 집안일부터 하기 시작한다. 비록 벚꽃놀이는 가지 못했지만, 계절이 바뀌었으니 겨울옷을 정리해 넣고 봄여름 옷을 꺼낸다. 이런 옷이 있었나. 안 입거나 물이 들어 못 쓰는 옷을 발견한다. 마침 끔찍이 시간도 많으니 리폼을 해서 부자재로 만들거나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어본다.
어수선했던 책상 위. 도무지 뭘 어떻게 정리를 해야... 까-ㄹ-끔. ‘오늘의 집’에 이런 광목 파티션이 있어서 탐내다가, 나도 만들어보는 광목 파티션with리본. 마스크 걸이로도 쓰고, 우리 츄츄 엽서 전시공간으로도 쓰고.
이참에 냉장고와 찬장도 정리하자 싶어서 살펴보니 묵은 찹쌀과 미숫가루가 나왔다.
누구나 다 냉동실에 이런 거 있을 걸. 덕분에 며칠간 각종 찹쌀떡과 약밥, 머핀과 쿠키와 식빵 레시피를 수집했다. 미숫가루만으로 과연 빵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의심이 되면서도 흥미로웠다. 이 순간만큼은 방구석 실험실이다.
오른쪽은 초코맛처럼 보이는데 그냥 탄 거. 양배추에게서 랩을 빼앗아 씌웠지만, 놀랍게도 5시간 째 이모양. 점점이 허연 거 이스트지...? 머핀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은데, 5시간이 지나도 반죽이 부풀지 않아 이스트 활성화 2차 보수공사를 했다. 현재 기다리는 중. 영영 부풀지 않으면 내일 난 아마 딱딱한 돌빵을 먹게 되겠지.
오늘도 이렇게 별 일 없이 산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떨어져있을 뿐 사회적으론 끊임없이 연결되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긴 재난사태를 견디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으로 일상을 기록해 지인들과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어떠한 이끌림과 생존본능에 그렇게들 하는 것 같다. 서로가 잘 있구나, 우리들의 일상은 계속되고 있구나 확인하면서 나도 이 긴 터널을 잘 걸어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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