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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아교정 후기1 : 좋은 점과 후회……할 수도 있겠다 싶은 점(전후 사진 첨부)
    토끼씨 작업실/그림일기 2020. 2. 29. 21:22

    과연 교정은, 몇 백만 원과 몇 년의 시간을 쏟아 부을 가치가 있는 짓인가

    철길 깔면 부의 상징이라는 쌍팔년도 우스갯소리를 나도 들어봤는데(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의 유-우머를), 그만큼 치아교정은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그래서 교정 희망러 및 예비러들은 틈만 나면 알아보고 검색하고 눈팅하고 여기저기 후기를 구걸하러 다닌다. 나도 그랬다. 얼마나 불편한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돈이 깨지는지 너무 궁금했다. 학생 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몇 년을 검색만 했었다. 난 부자도 아니고 일도 해야 하고 사람들도 만나야 하니까.

     

    결론적으론 매우 만족

    기백만 원과 2년여의 시간과 맞바꿀 만큼 만족이다. 교정을 할까 말까 몇 년의 고민을 집어 치웠다는 후련함이 5할, 드디어 활짝 웃을 수 있다는 감격이 5할. 웃는 게 사는 데에 뭐 그렇게 중요하냐,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인생의 커다란 쟁점이었다.

    아래는 교정 전후 사진.

    교정 전. 웃는 사진 잘 없는데, 아마 어쩌다 찍힌 컷.
    교정 후. 그러고 보니 기생충 얼른 봐야 하는데, 궁금한데……아카데미라니, 그게 모야, 대다내.

    손으로 가리지 않고 웃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것.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내겐 얼마나 큰 해방인지 모른다. 하지만 브라켓을 뗄 때까지 2년의 시간 동안, 아 이래서 교정을 하지 말라 하는구나 싶은 때도 있었다.

     

    목돈이 한 번에 깨진다.

    내 인생에 최초로 목돈이란 걸 쓴 때였다. 질병 치료도 아니고 미관상의 만족을 위해 결정한 일에 부모님 돈을 쓰는 건 아니다 싶어서 모았던 돈을 몽땅 때려 넣었다. 이때가 일을 그만두고 뭔가 변화를 주고 싶던 때라서 과감히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치아 대이동. 말해 뭐해, 아프다.

    한 달에 한 번씩 월 치료를 갔다 오고 나면 그 이후 며칠은 뭘 씹을 수가 없다. 이 아픔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차라리 이를 다 뽑아버리고 싶은 기분. 온 이와 잇몸이 징징 울린다. 밥알 하나라도 앞니로 씹는 날엔, 차라리 벽에 머리를 갖다 박고 싶어진다. 문지방에 발가락 찧은 것처럼 아찔하다.

    설마 교정 끝나고도 아이스크림도 못 베어 무는 거 아니야? 그런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사랑니와 작은 어금니 발치, 정작 아픈 건 추가 지출

    발치를 6개나 해야 해서 아플까봐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른 치과에서 사랑니를 빼고 오라고 하고, 충치를 치료해 오라고 한 게 문제였다. 가는 데마다 엑스레이 사진을 또 찍고 시술 스케줄 잡는 것도 이만저만 귀찮은 게 아니고, 당연히 추가 지출이 생겼다. 왜 한 치과에서 다 못하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

    2년간의 철의 감옥

    더 말하지 못하게 되고, 더 못 웃게 되고, 거의 못 씹게 되고, 음식물이 브라켓 사이사이에 참 잘 끼어서 심미적으로 더 안 좋고, 그래서 양치는 더 까다롭다. 한 십 분씩 했던 듯하다. (그 철의 감옥은 왜 내 식욕은 가둬주질 않았을까. 부드럽고 안 씹어도 되고 맛있는 것은 세상에 참 많다. 그리고 어금니로 씹는 건 별로 안 아프니까, 고기가 제일 먹기 좋아.)

    잇몸 내려앉음과 블랙트라이앵글

    치아가 대이동을 했으므로 잇몸이 내려가고, 치아 사이의 틈이 벌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 사이엔 치석이 끼기 쉬워 관리 난이도가 하나 더 오른다.

    아마도 평생을 함께 한다는, 미저리같은 유지 장치

    평생을 함께 할 뿐 아니라 더럽게 몸값이 비싸시다. 상악 하악 각각 15만원 이랬나? 부러지거나 잃어버리는 날에는 다시 그 돈을 내고 맞춰야한다고 했다. 하나 불안은, 그럼 세월이 지나도 그 치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영업을 하는 걸까? 없어지기라도 하면 재발급(?)은 어디서 받아야 하나.

     

    다시 돌아가도 교정할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정은 전반적으로 내 삶의 질을 높여 주었다. 나에겐 치열이 못생겼다는 것이 아주 커다랗게 와 닿는 콤플렉스였고, 의식을 하게 되니 잘 웃지 않게 되고, 얼굴은 늘 이상한 느낌으로 굳어 있었다. 어떨 땐 인생 전반이 그늘로 말려들어가는 듯한 느낌까지도 들었다.

    교정 중. 일부러 시무룩한 컷을 셀렉한 게 아니라 교정 전엔 늘 저러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웃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졌을 때 참 좋았다. 형체가 없고 단지 어떤 찰나를 얻는 것이어도 단순명료하게 행복했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간 느낌마저 들었다.

    촌스러운 패션에도 미소를 잃지 않지
    철길을 치운지 다다음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웃는 얼굴이 제일 예뻐보임.

    나이 들면 임플란트로 싹 갈아야 한다는 괴담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단이 교정이었고 나는 그때로 돌아가도 다시 교정을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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