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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리뷰, 귀엽고 멋있는 의사들의 일상토끼씨 저장고/작품 저장고 2020. 5. 30. 02:56
결국 슬의생이 끝나버렸다. 마지막화 12회는 어쩌다보니 눈물 파티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한 시간동안 훈훈하게 끝내주었다. 게다가 2021년에 시즌2가 온단다! 얏, 호!(feat.추민하) 하지만 시즌2 결정 때문인지 인물들의 러브라인이 완결나지 않은 채로, 끊기신공 장면으로 엔딩이 장식되었다. 어흑. 어쩔 수 없지. 2021년을 기다리는 수밖에...어흑.
<슬기로운> 시리즈의 첫작이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재미있게 봤었지만, ‘슬의생’은 그 특유의 따뜻한 감성에 더해서 전문성과 섬세함을 갖춰 완성도가 높아진 작품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리얼하다니, 부럽고도 질투 날 따름.
일상적이고 귀여운 의사들
정말 모든 면에서 마음에 쏙 들었던 작품, 무덤목록 후보에 들어갈 작품이지만, 그 중에도 작품의 경쟁력이자 특색을 꼽자면 ‘일상적인 인물들’이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 수술, 당직 이야기, 누군가의 죽음과 탄생과 슬픔과 기쁨 등은 다른 의학 드라마에도 있는 평범한 에피소드들이지만 그 에피소드들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그를 다루는 섬세한 연출이 오히려 슬의생의 현실 속으로 우리를 푹 빠지게 했다. 뭐가 진짜 현실인지 아닌지, 아니 오히려 이 인물들의 세상이 현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애정을 가지게 했다.
'나도 찬성. 지금 네 생각에, 나도 찬성이라고.'
-진심으로 타인을 위하는 채송화
'물어봐. 판단의 순간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면, 그 중 큰 거 몇개는 나한테 물어봐.'
-결국 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 감동의 쓰나미를 불러일으키는 시크까칠 김준완
-언제 또 수어는 배운 건지, 마음씨에 센스에 배려까지 다 가져가는 이익준
주인공들 뿐 아니라 강단있고 유머러스한 익순, 여우인 줄 알았는데 곰이었던 추민하샘, 덜렁대지만 미워할 수 없는 도재학샘 등 여러 인물들이 하나하나 다 살아있고 매력 있다. 그리고 부탁할 때만 존댓말 쓰는,
‘아버지, 올 때 과자랑 초콜릿 사오세요.’
-귀여움으로 우주 뽀개는 우주
흔히 매체에서 그려지는 ‘현실’이라 하면 팍팍하고 인정머리 없고 온갖 정치질과 더러운 술수들이 혼재된 세상인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보통의 사람들의 삶에는 오히려 그런 과한 좌절과 권모술수 같은 건 드물지 않을까.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려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심지어 유일한 악역인 천명태교수마저 소비자민원에 자신에 관한 글을 지우는 일상적 모습을 깨알같이 그려내고 있다. 그 인물이 커다란 음모를 꾸며 주인공들의 의사 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전혀 없고, 오히려 평판 안 좋은 아싸 의사로 주인공들이 가끔 씹을 안주거리가 되어준다.
그들에게 위기이자 어려움은 불가항력인 질병과 죽음, 그리고 관계와 감정의 엇갈림들이다.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하루하루가 그런 것처럼.
간주점프로 신속한 진행
섬세한 연출은 기본이고, 또 하나 특징이자 특색이 있는데 바로 속도감 있는 전개다. 옆 동네 <간택>처럼 시간을 채우려고 감정씬을 오래 끈다거나 같은 내용을 각 인물 시선마다 설명을 여러번 들어야하는 일도 없다. 예를 들면 석형의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장면 다음으로 영정사진 장면이 바로 붙는 식이다.
2020/05/28 - [토끼씨 저장고/작품 저장고] - TV조선 주말드라마 <간택-여인들의 전쟁>(2019) 감상 및 중도하차 후기
아쉬웠던 점
다만, 드라마의 방향성이기 때문에 장점이자 단점인 게, 드라마를 커다랗게 관통하는 긴장감은 사실상 없다. 그래서 미국의 의학드라마처럼 시즌제 드라마로 전환하기에 좋을 것 같은데, 내년까지 어떻게 또 기다리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다소 이상적이고 판타지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미 좋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장르를 코미디로 분류해도 좋을 만큼 깨알 같은 코믹요소가 많아서, 순수하게 유머가 수준급인 재미있는 작품.
만족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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